숲속에 있는 작고 예쁜 집에 쿠로사와 자매가 살고 있었습니다.
언니인 다이아와 동생인 루비는 숲에서 캐온 각종 약초와 버섯 등으로 약을 제조하고, 그걸 마을에 내다팔며 생활을 이어갔답니다.
어느 날 다이아가 루비에게 심부름을 부탁했습니다.
"루비, 이 수제 초콜렛을 성에 있는 에리 공주님에게 가져다드릴 수 있나요?"
"삐깃?! 루, 루비가?!"
"네. 원래 제가 가야 되지만... 이 약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빨리 끓어 오른지라 놔두고 갔다가는 넘칠 것 같네요"
"그렇구나..."
"그럼 다녀올게!"
"루비, 고마워요. 심부름 다녀오면 바로 먹을 수 있도록 스위트 포테이토를 만들어 놓을게요!"
"와아! 얼른 다녀오겠습니다!"
신이 난 루비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다이아가 몇 가지 당부를 했습니다.
"차 조심하세요"
"응!"
"모르는 사람은 절대 따라가지 말고요"
"당연하지!"
"이상한 사람한테는 가까이 다가가지 말고요"
"응, 응!"
"급하게 뛰다가 넘어지지 않게 조심하세요"
"네에~!"
씩씩하게 대답한 루비는 다이아 언니의 수제 초콜렛이 들어 있는 바구니를 들고 길을 나섰습니다.
"그렇지만 루비도 급한 일이 있어서..."
루비가 곤란해하자, 다이아는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무슨 급한 일이 있길래 그런가요?"
"30분 뒤에 하는 스쿨 아이돌 페스티벌 레전드편을 봐야 돼서..."
루비의 대답을 듣자마자 다이아가 크게 놀라 토끼눈이 되었습니다.
"어머나, 세상에! 그러고 보니 그랬었죠!"
"언니, 역시 까먹고 있었구나"
"으으, 그러면 어쩔 수 없죠... 에리 공주님에게 드리는 건 내일로 하고....... 루비! 잘 녹화해두세요!"
"맡겨줘루비! 간바루비!"
"역시 제 여동생. 믿음직스럽네요~"
끓고 있는 약단지 옆에 붙어있어야 돼서 보고 싶은 방송을 못 보는 언니를 위해 루비는 초고화질로 방송을 녹화하기로 했답니다.
심부름이요? 내일 가면 되잖아요?
END
얼마나 숲길을 걸었을까요.
갑자기 누군가의 우렁찬 외침이 들려왔습니다.
"탈출이다!!!!!!!!!!!!!!!!!!!!!!!!!!!!!!!!!!!!!!!!!"
"삐기이이이이이이이?!"
너무 놀란 루비는 부들부들 떨며 제자리에 주저 앉았습니다.
저 정체불명의 누군가는 루비가 있는 쪽으로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지금이라도 도망가야 될까? 심각하게 고민하던 그때, 부스럭부스럭 덤불을 헤치고 한 소녀가 나타났습니다.
"반드시 나를 꽃 피우고 말겠어!!!!!!"
"삐, 삐기이이이이이잇!!!!!!!!!!!"
언니의 걱정과는 달리, 숲길은 새소리만 들리는 너무나도 평화로운 곳이었습니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걸어가던 루비는 무언가를 발견하고 멈춰섰습니다.
이상한 사람이다! 도망가자!
잡히면 이상한 곳으로 끌려갈지도 몰라!
루비는 엉엉 울면서 집으로 다시 돌아갔답니다.
END
"누, 누구세요?!"
용기를 짜내서 누구인지 물어보자, 소녀가 깜짝 놀라며 입을 열었습니다.
"나는 히노시타 카호야! 저기... 너는 하스노소라 여학원 학생이 아니지? 날 잡으러 온게 아니지?"
"하스노소라 여학원? 루비는 그런 학교 모르는데..."
"하아, 다행이다! 날 잡으러 온 사람인가 싶었어!"
"저기, 카호 씨?"
"카호쨩이라고 불러도 돼!"
안심했는지 싱글벙글 웃는 카호에게 루비는 한 가지를 물어봤습니다.
"저기... 카호쨩은 혹시 나쁜짓을 저질러서... 도망친 거야?"
"아니야! 절대 아니야!"
손사래를 치면서 카호는 루비에게 사정 설명을 했습니다.
하스노소라가 생각했던 것과 달랐다는 사실과, 그런 곳에서는 자기가 시들어버릴 것 같아서 나왔다는 사실까지도요.
"그렇구나..."
"루비, 라고 했지? 루비쨩. 여기서 버스를 타려면 어느쪽으로 가야 돼?"
"카호쨩은 왜 학교에서 도망친거야?"
"으음, 그게 말야... 설명하자면 좀 긴데"
조금 심각해진 표정으로 카호가 설명을 시작했습니다.
하스노소라가 생각했던 것과 달랐다는 사실과, 그런 곳에서는 자기가 시들어버릴 것 같아서 나왔다는 사실 등등 모든 것을 다 숨김 없이요.
"그렇구나..."
"루비, 라고 했지? 루비쨩. 여기서 버스를 타려면 어느쪽으로 가야 돼?"
"루비도 잘 모르겠는데..."
"그렇구나..."
가만히 서서 어떻게 할지 고민하던 루비는 잠시 후, 카호의 손을 꼬옥 잡았습니다.
"일단 우리집에 가자! 그래서 언니한테 물어보는 거야!"
"그래도 돼?!"
"응! 당연하지!"
그렇게 손을 꼭 잡은 두 소녀는 집으로 돌아왔답니다!
END
"이렇게 저렇게 요렇게 가면 돼!"
"고마워! 그럼 이만 가볼게!"
"조심해서 가~"
"응! 안녕~"
카호는 루비가 알려준 곳으로 버스를 타러 갔습니다.
루비는 카호의 뒷모습이 완전히 안 보일 때까지 손을 흔들어 아쉬운 작별의 인사를 했답니다.
"아아, 어떡하죠... 코토리의 베개가~ 베개가 없어졌어요!"
"베개?"
울먹울먹거리며 여기저기를 마구 둘러보고 있는 날개 달린 소녀에게서 눈을 못 떼던 루비가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습니다.
"천사님, 베개를 찾으세요?"
"네! 저는 그 베개가 없으면 도저히 잠을 못 자서..."
코토리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과, 언니가 부탁한 심부름 사이에서 고민하던 루비가 선택한 것은 전자였습니다.
"도와드릴까요?"
"저, 정말요?! 감사합니다!"
그렇게 두 사람의 베개 찾기가 시작되었고...
해가 지고 나서야 겨우 찾을 수 있었습니다.
"미안해, 루비쨩... 나 때문에 심부름도 못 가고"
"아냐. 내가 원해서 코토리 씨를 도운거니까!"
계속 미안해하며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코토리가 갑자기 루비의 손을 꼬옥 잡고 눈을 반짝이기 시작했습니다.
"루비쨩! 답례로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치즈 케이크를 만들어 주고 싶은데... 같이 집에 가도 될까?"
"치즈 케이크?!"
"응! 푹신푹신하고 달콤해서 하늘을 나는 맛이야!"
"맛있겠다..."
군침을 삼키면서 루비는 코토리와 함께 집으로 돌아갔답니다.
END
코토리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과, 언니가 부탁한 심부름 사이에서 고민하던 루비가 선택한 것은 후자였습니다.
"죄송해요... 도와드리고 싶은데 심부름 중이라서..."
"괜찮아요! 그 마음만으로도 고마워요!"
"꼭 찾으셨으면 좋겠네요!"
코토리를 응원한 루비는 다시 에리 공주님이 있는 성으로 향했습니다.
숲과 마을의 경계까지 다다른 루비의 눈에 들어온 것은 땅 위에 그린 마법진 위에서 이상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친구였습니다.
"요시코쨩!"
"요하네라고!!! 크흑, 누가 그 저주 받은 이름을... 아, 역시! 루비였구나!"
"여기서 뭘 하는 거야? 흑마술 의식?"
"흥, 리틀 데몬이 알기에는 아직 너무 이른 거란다"
"헤에, 그렇구나~"
"너 말야, 눈이 전혀 안 믿는다는 눈인데..."
하아. 크게 한 번 한숨을 내쉰 요시코는 고개를 돌리고는 다시 마법진 위에서 무어라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습니다.
숲과 마을의 경계까지 다다른 루비의 눈에 들어온 것은 땅 위에 그린 마법진 위에서 이상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친구, 요시코 쨩이었습니다.
"요시코!...쨩?"
반갑게 요시코의 이름을 부르던 루비는 불현듯 이상함을 느끼고 말끝을 흐렸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분명히 생긴건 요시코와 똑같은데 본능적으로 자꾸 저 사람은 요시코가 아니라고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역시 여기는 '누마즈'가 아니구나"
"누마즈? 거기가 어디야?"
"뭐, 말해줘도 모를텐데... 있어. 그런 동네가"
요시코와 똑같은 모습을 한 정체불명의 소녀가 한숨을 푹 내쉬더니 자신의 이름을 밝혔습니다.
"내 이름은 요하네. 이곳과 다른「이세계」에서 왔어"
루비는 잠시 쉴겸 제자리에 앉아 그 의식을 구경했습니다.
엄청나게 집중한 모습으로 요시코가 계속해서 주문을 외우자, 땅 위의 마법진이 서서히 빛을 발하기 시작했습니다.
"부름에 응답해라!!!"
"삐기잇?!"
요시코의 커다란 외침과 동시에, 마법진이 대낮의 해보다도 더 눈부신 빛을 뿜어냈습니다.
옆에 서서 저걸 구경하는 것도 재밌겠지만, 심부름이 우선이었습니다.
"그럼 요시코쨩, 이만 가볼게!"
중요한 주문을 외우고 있는 중이라서, 요시코는 손만 흔들어 작별 인사를 해줬습니다.
마을은 언제나처럼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부딪히기 않게 사람들 사이를 조심조심 지나가던 루비는 인적이 드문 공원에 도착해서야 겨우 한숨을 돌릴 수 있었습니다.
"역시 마을에는 사람들이 많구나..."
"거기, 너!"
"응? 루비?"
"응! 이름이 루비구나!"
그때 느닷없이 누군가가 옆쪽에서 말을 걸어왔습니다.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연못 중심에서 한 소녀가 만면에 미소를 띈 채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넌 동그라미를 좋아하니?"
마을은 언제나처럼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부딪히기 않게 사람들 사이를 조심조심 지나가던 루비는 인파의 중심으로 그만 휩쓸려 버리고 말았습니다.
"으우... 얼른 나가야... 응? 이 노래는?"
성쪽으로 다시 빠져나가려던 루비를 멈춰세운 것은 저 멀리 스테이지에서 들리는 노랫소리였습니다.
"어라이즈잖아?!?!?!?!"
스테이지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그룹은 바로 전설의 스쿨 아이돌 어라이즈였습니다!
뭔가 무서운 게 튀어나올 것 같아서 벌벌 떨며 눈을 질끈 감았던 루비의 귀에 들려온 것은 강아지가 짖는 소리였습니다.
조심스럽게 눈을 떠보자, 머리 세 개 달린 작은 강아지가 눈앞에 보였습니다.
"히, 히익...!"
"와줬구나! 케로베로스! 타천사의 충실한 펫이여!"
귀엽게 생기기는 했지만, 머리가 세 개나 달려 있다는게 귀여움을 덮을만큼 무서웠기 때문에 루비는 슬슬 뒷걸음질 쳤습니다.
그런 루비를 보던 요시코는 케로베로스를 들어 올려 품에 꼭 안고는 히죽히죽 웃으며 루비를 향해 다가왔습니다.
"루비~~~ 귀여운 강아지라구~~~ 무서워 할 필요 없어~~~"
"요, 요시코쨩! 그치만... 그렇지만...!"
"요하네라구! 자꾸 이 타천사님의 이름을 틀리는 리틀데몬에게 내리는 벌이다! 케로쨩을 꽉 안아주도록!"
"싫어어어어어어어어어!!!!!!"
케로베로스를 자신에게 넘겨주려는 요시코를 피해 루비는 엉엉 울며 전속력으로 집까지 질주했답니다.
그리고 그날 오후, 요시코는 극대노 상태로 찾아온 다이아 언니에게 눈물 콧물 쏙 빼도록 크게 혼이 났다나 뭐라나...
END
뭔가 무서운 게 튀어나올 것 같아서 벌벌 떨며 눈을 질끈 감았던 루비였지만, 곧바로 눈을 다시 떴습니다.
왜냐하면 아무것도 안 나왔거든요.
"이, 이럴수가...! 마법진도 주문도 완벽했는데! 왜! 어째서!"
"요시코쨩... 기운내..."
"그러니까! 요하네라구!"
풀이 죽어 버린 친구를 잠시 위로해준 루비는 다시 성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이세계?! 소설이랑 만화에서만 봤는데 실제했구나!"
"응. 아무래도 그런 것 같네"
루비는 요하네의 말을 아무 의심 없이 믿어줬습니다.
그런 루비가 고마웠는지 요하네는 아까 전까지만 해도 잔뜩 굳어 있었던 얼굴 표정을 풀고 싱긋 미소지었습니다.
"그럼 이 마법진은 요시ㅋ... 요하네쨩이 돌아가기 위해서 만든거야?"
"일단 시도는 해보는데, 과연 이게 통할지 어떨지는..."
확신을 가지지 못하는 모습으로 요하네가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습니다.
루비는 옆에 가만히 서서 그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요하네가 주문을 외우면 외울수록 마법진이 더욱 더 밝게 빛났고, 주문을 끝까지 다 외웠을 때에는 눈이 부셔서 제대로 쳐다보지 못할 정도로 빛나고 있었습니다.
그 빛의 중심에서 요하네가 우렁차게 외쳤습니다.
"나를 원래 있던 곳으로 돌려보내라!"
"에이~ 요시코쨩, 또 이상한 컨셉 잡았구나?"
"뭐어어엇?! 컨셉 같은게 아니라 진짜라니까!"
"근데 루비는 지금 바빠서... 심부름 다녀와서 들을게!"
또 이상한 소리를 하는 자칭 타천사를 뒤로 하고 루비는 쌩하니 가버렸습니다.
눈이 부셔서 눈을 질끈 감고 있던 루비는 잠시 후 조심스럽게 눈을 떠봤습니다.
그러자 보인 것은 땅에 그려진 마법진 뿐이었습니다.
"성공했구나... 다행이다"
요하네가 무사히 자신의 세계로 돌아갔기를 바라면서, 다시 갈길을 가기 시작했습니다.
눈이 부셔서 눈을 질끈 감고 있던 루비는 잠시 후 조심스럽게 눈을 떠봤습니다.
"으아앙~~~~!!!!! 실패했어!!! 이젠 어떻게 해야 되는 거야!!!"
"요하네쨩..."
실패의 충격이 컸는지 울음을 와앙 터뜨린 요하네에게 다가간 루비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얘기했습니다.
"저기, 요하네쨩. 일단 당장 갈 곳이 없으면 우리집에서 지낼래?"
"훌쩍... 그래도 괜찮아?"
"일단 루비는 괜찮아! 언니는... 루비가 잘 설득해볼게!"
"루비~~~ 고마워!!!"
품에 와락 안겨 온 타천사님의 등을 토닥거리면서 루비는 어떻게 언니를 설득할지 고민했습니다. 그래도 뭐, 어떻게든 되겠죠!
END
그것은 바로 나무에 열려 있는 코튼캔디였습니다.
햇볕에 딱 좋게 익어서 맛있어 보이는 코튼캔디를 보고 루비는 군침을 삼켰습니다.
"맛있겠다..."
아아, 도저히 참을 수 없어요! 지금까지 걷느라 배도 엄청 고픈 걸요!
루비는 망설임 없이 코튼캔디를 따서 입에 한 가득 넣었습니다.
"이... 이건!!!!!!!"
입에 넣자마자 퍼지는 황홀한 맛에 감탄한 루비가 양팔을 들고 이상한 춤을 추기 시작했습니다.
"욧사욧사왓쇼이 욧사욧사왓쇼이"
참을 수 없는 코튼캔디 AAO의 기운이 온몸에서 폭풍처럼 몰아쳤습니다.
평소와 달리 엄청나게 활력과 카리스마가 넘치는 모습으로 변한 루비는 옆에서 뭔일이 일어났나 싶어서 쳐다보고 있던 시마우마 씨의 등 위에 올라탔습니다.
"에이에이오! 에이에이오! (가자! 코튼캔디로 세계를 정복하러!)"
"히이이이이잉?!"
그렇게 코튼캔디 마스터는 시마우마 씨와 함께 코튼캔디로 세계 정복을 하기 위해 떠났답니다! 경사일세 경사일세!
END
그래도 지금은 심부름 가는 중이니까요.
심부름 마치고 집으로 오는 길에 먹는게 좋겠지요.
"빨리 다녀오자!"
코튼캔디의 유혹을 잘 참아낸 루비는 바삐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응!"
딱히 이것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싫어하는 건 아니니까 좋아한다고 말해줘도 되겠지요. 그렇게 생각한 루비는 고개를 끄덕여줬습니다.
"이 세상에도 동그라미의 위대함과 훌륭함을 아는 자가 있었구나!"
루비가 좋아한다고 해준게 정말로 기뻤는지, 연못 위의 소녀는 너무 좋아서 발까지 동동 굴리며 말을 이어갔습니다.
"내 이름은 치사토! 동그라미의 정령이야!"
"동그라미의 정령?!"
"동그라미를 좋아해주는 루비쨩에게 꼭 보답을 해주고 싶어! 이루고 싶은 소원 한 가지를 말해주면 이루어줄게!"
잠깐 고민하던 루비가 결심했는지 소원을 말했습니다.
"루비의 소원은!! 치사토쨩이 이 바구니를 에리 공주님에게 대신 전해주는 거야!"
"응? 그거야 쉬운 일이긴 한데... 정말 그걸로 괜찮아? 뭐든지 들어줄 수 있다구?"
의아해하는 치사토에게 루비가 미소를 지어주었습니다.
"사람이 너무 큰 욕심을 부리면 안 된다고 언니가 늘 말했거든"
"그렇구나... 그래! 그러면 내가 책임지고 무사히 전해줄게!"
"부탁해, 치사토쨩!"
그렇게 치사토에게 심부름을 대신 맡긴 루비쨩은 룰루랄라 집으로 다시 돌아갔답니다.
END
잠깐 고민하던 루비가 결심했는지 소원을 말했습니다.
"루비의 소원은! 언니가 오래오래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거야!"
"뭐어?! 언니만? 루비쨩 너는?"
"루비는... 언니가 행복해진다면 그게 루비의 행복이니까!"
루비의 대견한 대답에 감동한 치사토가 눈꼬리에 맺힌 눈물을 손등으로 훔쳤습니다.
"천사다... 천사가 여기 있어..."
"치사토쨩?"
"에잇! 착한 아이에게는 서비스야! 언니는 물론 루비도 평생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해줄게!"
"그, 그래도 돼?!"
"물론이지! 동그라미는 대단하거든! 에잇!"
동그라미가 대단하다는 건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건 참 고마운 일이네요.
루비는 치사토에게 고개 숙여 감사 인사를 한 뒤, 다시 성으로 향했습니다.
"응? 어... 그러니까... 딱히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그래...? 그렇구나... 미안... 곤란한 질문을 했네..."
순식간에 시무룩해진 소녀 때문에 당황한 루비는 얼른 이 상황을 수습할 수 있는 말을 떠올렸습니다.
"그, 그렇지만! 싫어하는 건 아니니까! 절대로 아니니까! 좋아하는 거에 가까울 것 같아!"
"흐음... 그렇구나..."
싫어하지는 않는다는 말이 통한 건지, 소녀가 다시 미소를 되찾았습니다.
루비는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그럼 루비는 심부름을 해야 돼서 이만 가볼게!"
"응! 루비쨩! 동그라미를 사랑해줘! 동그라미는 최고야!"
".........................노력해볼게!"
뭐라고 답해야 될지 몰라서 애매한 대답과 함께 억지 웃음을 지어보였습니다. 들키지는 않았겠죠?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지만, 마침내 성문 앞에 도착했습니다.
성문을 지키고 있던 금발의 문지기가 루비를 발견하고는 인사를 건네왔습니다.
"오옷! 귀여운 아가씨가 여기까지 무슨 일로 왔어?"
"안녕하세요! 에리 공주님에게 언니의 수제 초콜렛을 전해주러 왔어요!"
분명히 성이 보이는 쪽으로 계속 걸어갔는데...
여긴 대체 어디일까요?!?!
"으우... 여기가 어디지..."
괜히 무서워져서 잔뜩 몸을 움츠리고 주변을 경계하며 걷던 루비는 하얗고 푹신푹신한 동물을 데리고 다니는 누군가와 마주쳤습니다.
"어라? 넌 누구야?"
"루비는 심부름을 하러 성으로 가고 있었는데... 길을 잃어서 그만..."
"그렇구나. 내 이름은 하나요야! 마을 외곽에서 알파카를 기르고 있어!"
하나요라고 이름을 밝힌 소녀가 옆에 있는 알파카를 쓰다듬자, 알파카가 기분 좋았는지 메애 하고 울었습니다.
"하나요쨩. 어디로 가야 성인지 알고 있어?"
"응! 마침 나도 시장까지 가야 되니까 중간까지 데려다줄게!"
"고마워~!!!"
다행히도 하나요가 길을 알고 있어서 루비는 성으로 갈 수 있게 되었답니다.
"귀엽다..."
루비는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중얼거렸습니다.
"그렇지? 만져볼래?"
"그래도 돼?"
"응~ 괜찮아!"
그 말을 들은 하나요가 만지는 걸 권하자, 루비는 잠시 망설이다가 참지 못하고 알파카를 쓰다듬었습니다.
생각보다도 더 부드럽고 푹신푹신한 털의 촉감 때문에 저절로 행복이 차오르는 것 같았습니다.
"극락이야..."
"그렇지? 아, 혹시 괜찮다면 우리집에 잠깐 와서 알파카 구경할래? 새끼 알파카도 있어!"
"하나요쨩만 괜찮다면 그러고 싶어!"
"응! 언제든지 환영이야~"
알파카의 유혹을 참지 못하고, 결국 루비는 심부름을 까맣게 잊은 채로 하나요의 집으로 갔답니다!
END
문지기는 그 말을 듣고는 루비를 자기쪽으로 불러 바구니 안을 확인해보았습니다.
"흐음~ 응! 위험한 건 없네!"
"공주님을 해치러 온 게 아닌데..."
"아하하, 미안! 그렇지만 정해진 룰은 지켜야 되니까! 공주님은 지금 성 안에 계셔. 이 길 그대로 따라가서 성 안으로 들어가면 만날 수 있을 거야!"
공주님이 있는 곳을 알려준 문지기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루비는 성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문지기는 그 말을 듣고는 루비를 자기쪽으로 불러 바구니 안을 확인해보았습니다.
"흐음~ 응! 위험한 건 없네!"
"공주님을 해치러 온 게 아닌데..."
"아하하, 미안! 그렇지만 정해진 룰은 지켜야 되니까!"
호탕하게 웃어 보인 문지기가 갑자기 난처해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공주님은 지금 성에 안 계시거든"
"정말요? 어떡하지..."
"오늘 오실 수 있는지 연락해보고 올게!"
"네... 고맙습니다..."
에리 공주님의 비서에게 연락하기 위해 문지기가 통화용 마법 귀걸이를 귀에 달았습니다.
통화를 이어가던 문지기가 밝은 표정으로 루비를 불렀다.
"한 시간 뒤에 오신다고 하네!"
"아, 다행이다..."
"그럼 기다리는 동안 아이 씨랑 잡담이라도 나눌래? 심심하니까!"
"그래도 되나요?"
"당연하지! 좋았어! 아이 씨 비장의 다쟈레 100연발을 선보여줄게!"
다쟈레 100연발이 대체 뭘까...?
루비는 자신에게 닥쳐올 괴로운 미래를 알지 못하고서 활짝 웃었습니다.
얼마 간의 통화를 마치고 문지기가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봤습니다.
"미안... 공주님은 오늘 안에 못 오실 것 같다네"
"어쩔 수 없죠. 그럼 내일 올게요!"
"응! 내일 또 보자!"
작별 인사를 나누고 루비는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END
이성은 '심부름을 해야 돼!' 라고 외쳤지만, 이성의 소리는 이미 들리지 않는 상태였습니다.
"모두들! 오늘 최고로 불타오르자!"
"네에에에에!!!!!! 어라이즈 최고!!!!!!!"
루비는 심부름의 존재를 싹 잊고 한 사람의 스쿨 아이돌 오타쿠가 되어 미친 듯이 라이브를 즐겼답니다.
END
어라이즈 무대... 정말 보고 싶어요...
하지만 심부름을 해야 되는데... 언니의 부탁이니까...
눈물을 꾹 참고 루비는 등을 돌렸습니다.
성 안으로 들어가서 시녀들이 안내하는 곳으로 따라가자 에리 공주님 방이었습니다.
"루비! 여기까지 오느라 정말 고생 많았어!"
에리 공주님이 환하게 웃으며 루비를 반겨주었습니다.
루비는 얼른 들고 있던 바구니를 공주님께 건넸습니다.
한 시간 뒤, 공주님이 이동 마법으로 성 안으로 돌아오셨다는 말이 아이 씨를 통해 전해졌습니다.
밝은 얼굴로 다음에 또 보자며 인사를 건네는 아이 씨와 달리, 루비는 어쩐지 지쳐보이는 얼굴로 인사를 했습니다.
성 안으로 들어가서 시녀들이 안내하는 곳으로 따라가자 에리 공주님 방이었습니다.
에리 공주님이 환하게 웃으며 루비를 반겨주었습니다.
"루비! 여기까지 오느라 정말 고생 많았어!"
"네에..."
"엄청 지친 걸 보니 정말 고생이 많았나 보구나?!"
"아니, 그게... 다쟈레가..."
"다쟈레?"
"...아무것도 아니에요"
상상만 해도 등골이 오싹한지 눈을 질끈 감았다가 뜬 루비가 얼른 들고 있던 바구니를 공주님께 건넸습니다.
"와아, 그냥 지나가는 말로 부탁만 했던 건데 정말로 만들어줄지는 몰랐는데 말야!"
"언니가 밤을 꼬박 새우면서 애정을 듬뿍 담아 정성스럽게 만든 수제 초콜렛이에요! 맛있게 드셔주세요!"
"당연히 맛있게 먹어야지! 그럼 하나만 먹어볼게... 으음~ 하라쇼♡"
정말 맛있는지 초콜렛을 한 알 입에 넣자마자 행복에 가득 찬 얼굴이 된 공주님을 보고 루비도 흐뭇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루비, 기왕 여기까지 왔는데 오늘은 여기서 하룻밤 자고 갈래?"
"삐깃?! 그, 그래도 되나요?!"
"그럼~ 아, 다이아도 불러서 오늘밤은 파자마 파티를 열까?"
"언니가 너무 좋아서 기절할지도 모르겠네요..."
에리 공주님은 얼른 다이아에게도 연락했습니다.
공주님의 연락을 듣고 잔뜩 흥분한 다이아 언니는 일반인의 걸음으로 한 시간은 걸리는 거리를 5분만에 도착하는 신기록을 세웠답니다.
그렇게 세 사람은 밤이 늦도록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즐거운 파자마 파티를 했답니다!
END